영화 더 파이브, 고은아의 절박한 선택
영화 《더 파이브》는 2013년 11월 14일 개봉한 한국 스릴러 드라마입니다. 정연식 감독이 연출과 각본을 맡았으며, 원작은 그가 직접 그린 동명의 웹툰입니다. 김선아, 온주완, 마동석, 이청아, 신정근, 정인기, 박효주 등이 출연하여 몰입도 높은 연기를 선보였습니다. 작품의 중심은 한 여성이 가족을 잃은 이후 치밀하게 계획한 복수극입니다. 그러나 단순한 복수가 아닌, 인간의 절박함과 생존 본능, 그리고 윤리적 딜레마까지 함께 담아냈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복수극과는 다른 깊이를 보여줍니다. 줄거리는 매우 극단적인 상황에서 출발합니다. 주인공 고은아(김선아)는 어느 날 예고 없이 찾아온 사건으로 인해 남편과 딸을 잃게 됩니다. 그녀는 자신도 하반신이 마비되어 더 이상 이전과 같은 삶을 살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이 사건의 원인은 연쇄살인범 오재욱(온주완)에게 있으며, 그는 사회적으로 제재를 받기보다는 법의 허점을 피해 여전히 위협적인 존재로 남아 있습니다. 고은아는 더 이상 법에 기대지 않기로 합니다. 스스로 이 고리를 끊기로 결심하고, 하나의 계획을 세우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그녀는 지금의 상태로는 직접적인 행동이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은 ‘조력자’였습니다. 그녀는 다섯 명의 사람을 모으기로 합니다.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모두 자신의 장기를 필요로 하거나, 가족을 위해 절실한 장기 이식을 기다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고은아는 자신의 몸을 담보로 그들의 협력을 얻으려는 파격적인 선택을 합니다. 이 과정에서 영화는 각 조력자들의 사연과 감정을 천천히 보여줍니다. 조직폭력배 출신 택시기사 장대호(마동석)는 아내에게 신장을 이식해 주기 위해 은아의 제안을 받아들입니다. 탈북자 출신 열쇠공 백남철(신정근)은 아내의 치료비가 절실하고, 박정하(이청아)는 어머니에게 장기를 이식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외과의사 김철민(정인기) 역시 딸의 생명을 위해 심장을 필요로 합니다. 그리고 은아의 오랜 친구 혜진(박효주)은 시한부 판정을 받았음에도, 마지막 순간까지 그녀 곁에 남겠다는 결심을 합니다. 이처럼 영화는 단순한 액션 중심의 복수극이 아니라, 여러 인간 군상의 절박한 사연과 심리적 갈등을 교차시키며 전개됩니다. 각각의 인물은 고은아의 복수에 동참하면서도, 각자 삶의 이유와 목적을 되새기게 됩니다. 영화는 이들을 통해 “과연 복수는 정당한가?”, “타인의 희생을 동반한 정의는 가능한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집니다.
인간성의 경계, 고은아의 복수는 구원일까?
고은아가 세운 복수 계획은 매우 철저합니다. 그러나 영화는 계획이 어떻게 수행되는지를 빠르게 보여주기보다, 그녀가 이 과정에서 마주하는 감정과 변화에 집중합니다. 고은아는 처음엔 냉정하게 복수에만 집중합니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법조차 그녀를 보호해주지 못했던 상황에서, 오로지 자신만의 방식으로 정의를 실현하겠다는 의지였습니다. 하지만 계획이 진행되면서,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하나둘씩 등장합니다. 조력자들과의 관계가 단순한 계약 관계를 넘어 인간적인 정으로 변하면서, 고은아는 복수라는 목적에 혼란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그녀가 감정적으로 흔들리는 장면들은 무척 섬세하게 그려집니다. 그 흔들림은 곧 관객에게도 복수와 인간성의 경계에 대해 질문을 던지게 만듭니다. 특히 김선아 배우의 연기는 이 영화의 핵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녀는 단순히 피해자로 머무르지 않고, 주도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기는 복합적인 인물을 설득력 있게 표현했습니다. 하반신 마비라는 신체적 제약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눈빛과 표정으로 절박함과 단호함을 모두 보여주었습니다. 상대 역인 온주완은 연쇄살인범의 섬뜩함을 과하지 않게 표현해, 영화 전반에 흐르는 긴장감을 극대화하는 데 일조했습니다. 또한, 마동석은 조직폭력배 출신이라는 다소 전형적인 배경에도 불구하고, 인간적인 따뜻함과 현실적인 고뇌를 동시에 보여주면서 캐릭터의 깊이를 더했습니다. 이청아는 해커 역할을 맡아 날카로운 지성과 감정의 균형을 유지했고, 신정근과 정인기 역시 각자의 고통을 품은 인물로서 현실적인 연기를 보여주었습니다. 박효주는 친구로서 끝까지 고은아 곁을 지키며 작품에 진한 여운을 남깁니다. 영화 《더 파이브》는 범죄나 액션의 자극적인 설정에만 의존하지 않고, 철저히 인간의 선택과 갈등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그래서 단순한 장르적 재미를 넘어서 관객 스스로 ‘내가 그 입장이었다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질문을 하게 만듭니다. 영화가 끝난 후에도 오랫동안 여운이 남는 이유는 바로 그 지점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