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히트맨은 2020년 개봉한 액션 코미디 영화로, 킬러 출신의 웹툰 작가가 가족과 함께 살아가면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그린 작품입니다. 권상우가 주연을 맡아 ‘전직 암살요원’이라는 자극적인 설정을 유쾌하면서도 인간적인 시선으로 풀어낸 점이 눈에 띕니다. 이 글에서는 영화 속 권상우 캐릭터 ‘준’이 지닌 이중적 정체성과 감정적 딜레마, 그리고 배우로서의 연기 변주를 중심으로 입체적으로 분석해 보았습니다.
전직 요원으로서의 준: 과거를 버릴 수 없는 남자
권상우가 연기한 ‘준’은 과거 국가 비밀조직의 암살 요원이었습니다. 그는 뛰어난 실력을 지녔지만, 인간적인 감정과 양심의 충돌로 조직을 떠났습니다. 조직에서는 그가 사망한 것으로 처리되었고, 준은 다른 이름으로 신분을 감춘 채 평범한 삶을 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과거는 생각보다 쉽게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영화는 그의 이중적 정체성과 과거의 그림자가 현재를 어떻게 뒤흔드는지를 중심으로 서사를 전개합니다. 초반부에서 준은 과묵하고 냉정한 요원으로 그려졌습니다. 단 몇 초 만에 적을 제압하고, 감정 없이 임무를 수행하는 모습은 클래식한 액션영화의 히어로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권상우는 그 안에 인간적인 고민을 담아냈습니다. 그의 눈빛과 짧은 대사 하나하나에서 정체성에 대한 혼란과 후회가 묻어났습니다. 특히 임무를 수행하면서도 죄책감에 흔들리는 장면에서는, 무표정 속에 감정을 숨기려는 복합적인 감정이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이전의 삶에서 벗어나고자 했지만, 그의 존재 자체가 위협을 안고 있다는 점은 계속해서 긴장감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과거의 동료들이 다시 나타나고, 정체가 노출되기 시작하면서 준은 다시 총을 잡게 됩니다. 이때부터 권상우의 연기는 한층 더 진지해졌습니다. 단순한 액션이 아닌, 자신의 삶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바탕으로 감정이 실린 액션을 펼칩니다. 오랜만에 몸을 쓰는 장면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요원으로서의 본능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자연스럽게 표현했습니다. 또한, 전직 요원으로서의 능력을 숨기고 살아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아이러니도 영화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가족과 함께 평범하게 살고자 하지만, 결국 다시 ‘살인 기술’로 가족을 지켜야 한다는 현실은 그에게 큰 딜레마를 안깁니다. 권상우는 이런 내면의 갈등을 무리하지 않으면서도 진지하게 풀어냈습니다. 요원 ‘준’의 모습은 마치 잊고 싶지만 절대 잊히지 않는 과거처럼, 관객에게 묵직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웹툰작가 준: 과거를 예술로 바꾸려는 남자
전직 킬러가 웹툰 작가가 되었다는 설정은 자칫 유치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히트맨은 이 설정을 코미디로 풀어내면서도 캐릭터의 내면을 섬세하게 조명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권상우가 연기한 준은 과거를 지우기 위해 예술이라는 수단을 택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극적인 이야기와 그림을 만들어내고, 그것을 통해 살아가려 합니다. 하지만 이 또한 쉽지 않았습니다. 준은 가족에게 자신의 과거를 숨기고 있기 때문에 웹툰 내용이 발각될 경우 모든 것이 무너질 수 있는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그는 아내에게는 평범한 공무원으로, 딸에게는 소심한 아빠로 보이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밤마다 과거를 바탕으로 웹툰을 그리고, 편집자와 통화를 하며 몰래 연재를 준비합니다. 이런 장면들은 코믹하게 그려졌지만, 그 이면에는 정체성의 갈등과 자기부정이 깊이 배어 있습니다. 특히 권상우는 작중에서 만화적 표현을 넘어선 진심을 담아 연기했습니다. 과거의 폭력적인 경험을 소재로 창작을 한다는 것은, 상처를 예술로 치환하려는 시도입니다. 그는 폭력의 기억을 웃음과 그림으로 가공함으로써 스스로를 치유하려 했고, 동시에 현실과 타협하며 살아가고자 했습니다. 영화 속에서 그는 “이게 내 진짜 이야기야”라는 태도로 자신의 삶을 받아들이고 표현합니다. 웹툰 작가로서의 준은 현실을 도피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직면하고 재해석하려는 인물로 자리합니다. 웹툰이라는 매개체는 이야기 속 또 다른 진실이기도 합니다. 준은 그림을 통해 스스로를 해석하고, 독자에게 암시를 주며, 자신이 누구였는지를 고백합니다. 영화 후반, 웹툰이 유출되어 정체가 들통나는 순간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감춰왔던 자아가 세상에 드러나는 전환점입니다. 이 지점에서 권상우의 연기는 그동안 억눌러왔던 감정을 폭발시키며, 깊은 울림을 줍니다. 결국 웹툰 작가로서의 준은 이중적인 인물입니다. 그는 웃음을 주는 동시에, 아픔을 안고 있으며, 스스로의 과거와 화해하려는 과정을 걷고 있습니다. 권상우는 이러한 복잡한 정서를 유머와 진지함 사이에서 절묘하게 조율하며, 캐릭터의 내면을 자연스럽게 표현했습니다.
딜레마 속 준: 가족, 정체성, 그리고 선택의 순간
히트맨에서 가장 중요한 갈등 축은 바로 권상우가 연기한 준이 겪는 내면의 딜레마입니다. 그는 가족을 사랑하고 평범한 삶을 원하지만,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진실을 말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이중생활의 무게는 생각보다 더 무겁고, 그것이 깨졌을 때 감당해야 할 현실은 결코 가볍지 않았습니다. 가족이라는 존재는 그에게 가장 소중한 가치이자, 동시에 가장 큰 약점으로 작용합니다. 그는 가족을 위해 살인을 멈추었고, 웹툰을 그리며 생계를 이어갔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그는 끊임없이 ‘내가 누구인지’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됩니다. 단순히 이름만 바꾼다고 과거가 지워지는 것은 아니며, 그는 항상 불안과 조심스러움 속에서 살아갑니다. 권상우는 이러한 감정의 결을 매우 섬세하게 표현했습니다. 특히 딸과 함께 있는 장면에서는 따뜻한 아빠의 모습을 보이다가도, 가족이 위협받는 상황에서는 돌변해 예전의 킬러처럼 행동합니다. 그 변화는 극적이지만 과장되지 않았고, 오히려 자연스럽게 느껴졌습니다. 이는 권상우가 캐릭터의 복잡성을 얼마나 세심하게 구축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영화 후반, 준은 결국 가족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드러냅니다. 그는 정체가 밝혀질 경우 감당해야 할 결과를 알면서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총을 들었습니다. 이 선택은 단순히 액션 장르의 전개를 위한 장치가 아니라, 캐릭터가 겪어온 모든 내적 갈등의 종착지였습니다. 그 장면에서 권상우는 어떤 대사보다 강렬한 눈빛과 표정으로 진심을 전했습니다. 딜레마 속 준은 결국 자신이 누구인지 받아들이고, 가족에게도 진짜 자신을 보여줍니다. 이는 회피가 아닌 직면이며, 진정한 자아로 살아가겠다는 선언이기도 했습니다. 권상우는 이 과정을 감정적으로 과하지 않게, 그러나 충분히 깊이 있게 표현했습니다. 그 덕분에 영화는 웃음 속에서도 진한 감정을 안겨주는 작품으로 남았습니다. 영화 히트맨은 장르적으로는 코믹 액션에 가깝지만, 그 중심에는 과거와 현재 사이에서 갈등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권상우는 전직 요원, 웹툰 작가, 그리고 한 가족의 가장이라는 세 가지 정체성을 오가며, 단순히 웃기거나 멋진 캐릭터가 아닌 인간적인 인물 ‘준’을 입체적으로 그려냈습니다. 이 영화 속 그의 연기는 오락성과 진정성을 모두 갖춘 결과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